3DS 카트리지는 정말 시한폭탄일까?

요즘 간간히 3DS 관련 글을 보다보면, 이따금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고는 한다.
"3DS 게임 팩 사면 그거 어차피 나중에 다 망가지니까 그냥 CFW해서 써라"
후자(CFW해서 써라)는 동의하는데, 전자가 좀 거슬린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 돌아다니면서 본 중고 스토어에 산처럼 수백개를 쌓아놓고 팔던 3DS 게임들은 다 죽기 직전의 시한폭탄 플라스틱 폐기물을 몇천엔씩 받고 팔아재끼던 거였다는 말인가?
역시 음흉음침음습하고 간사한 일본인들이다. 오늘은 3DS 게임들의 수명을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사건의 발단은 대략 5년 전, 전세계 각지에서 <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알파사파이어> 카트리지가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뜨고나서 부터였다.
일부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던 <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알파사파이어> 게임 칩이 갑자기 3DS에서 인식이 되질 않더니, "혹시 내것도?" 하던 사람들 일부가 자신의 ORAS 역시 맛이 갔다는 사실을 알아채면서부터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페르소나 Q>, <파이어 엠블렘 에코즈>등 다른 3DS 게임 팩들의 사망사례가 보고되면서, 이 사건이 일반인들 사이에도 전파가 되기 시작했으며 마침 당시 전후부터 3DS의 중고가가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일반인들이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라, "3DS 게임들은 다 죽어버린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크게 일조한다.
당시 사람들은 3DS 내부 저장 데이터를 넣기 위한 "플래시 메모리"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플래시 메모리 기반 카트리지는 다 시한폭탄이다"라는 낭설까지 번지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플래시 메모리가 문제라면, "플래시 메모리"를 주요 콘솔 중 카트리지에 대규모로 도입한 첫 게임기였던 "닌텐도 64"의 카트리지들부터 먼저 맛이 가야 하는것 아닌가? 64가 나와도 3DS보다 15년은 일찍 나왔으니까. 하다못해 DS 게임들은 3DS와 매우 유사한 공정으로 제조되었는데, 이쪽도 멀쩡했다.
오히려 N64 게임들은 FC~SFC 시절과 비슷한 무식한 내구도로 유명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이후 밝혀진 사실은 아래와 같았다.
"일부 3DS 게임들의 제작 공정에서, 특히 2014년 전후의 공정에서 납땜 오류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납땜이 완벽하게 발생하지 않은 게임들의 플레이 과정에서 장기간 전원이 공급되지 않았을때 잔여 전류가 3DS의 메모리 칩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Bit rot"이 함께 일어났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PCB에 플래시 메모리를 납땜하는 공정이 2014년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2014년에 생산되었던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 for 3DS>, <파이어 엠블렘 if>, <페르소나 Q>, <포켓몬스터 오메가 루비/알파사파이어>등의 게임들의 일부 카피가 오랜 기간 사용되지 않고 보관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단 것이었다.
좀 더 엄격하게 파고들면 정상적으로 제조된 전자제품의 "Bit Rot"은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는 모든 전자장비에서 발생이 가능한 일이며 평균적인 불량률에 수렴하는 정도의 문제이고, 대규모의 게임 구동 실패와 ORAS 구동 실패사건등의 원인은 공정 불량 이슈가 맞았다.

간단히 QA 형태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상황으로 정리가 가능했다.
Q. 3DS 게임 전체가 다 나중에 작살날 운명인가?
A. 아니요
Q. ORAS, 페르소나 Q, FE 에코즈등의 게임의 불량률이 높은건 사실인가?
A. 네, 지금 작동해도 정기적으로 한번씩 테스트해주면 좋고요
Q. 3DS 게임을 지금 사고 싶다면 어떻게 하죠?
A. 구동테스트 해보고 세이브 잘 되고 게임 잘 구동되는거 체크하고 사면 됩니다. 어지간하면 큰 문제는 없을거고요
Q. 3DS 게임의 수명이 유독 나쁜건가요?
A. 문제가 생긴 게임들을 제외하면 다른 콘솔 게임기 게임들의 수명과 엇비슷할것이라는게 아직까진 중론
Q. 이미 망가진 칩을 수리하는 방법은?
A. 몇가지 나와있지만 안전하고 편하고 확실하게 고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어요
Q. 일단 집에 있는 3DS 칩은 어떻게 하죠?
A. 날 잡아서 하루 싹 테스트해보고, 그래도 불안하면 접점 청소나 가끔씩 해주고 몇년에 한번씩만 켜줘도 큰 문제는 없을듯. 이건 비단 3DS 뿐 아니라 모든 게임에 다 통용되는 말이긴 해요
Q. 밀봉도 까서 테스트해봐야 하나요
A. 밀봉에 대한 개인의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기가 할 게임이면 자기가 까서 해도 됨. 컬렉션용 밀봉템이었으면 밀봉 뜯는거 자체가 장기적으로 몇만원 버리는 행동이니까 딱히 할것도 아니면 그냥 갖고 있으세요
Q. 이것때문에 CFW 해야되나요
A. CFW 하는건 좋지만 이것때문에 걱정된다고 하는건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지금 3DS 게임을 구입한다 해도 구입 전에 테스트만 확실히 해두면 (일본의 전문업체같은곳은 간단한 테스트 후에 판매하도록 지침이 있지만, 혹시 모르니 자기 기계로 직접 테스트해보는것도 좋아요)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잘 망가지는 특정 타이틀은 구입 전에 꼭 다시 체크좀 하시고
괜히 어디서 주워듣고 3DS 게임들 다 시한폭탄이래! 하고 다 갖다 버리진 말고요

그리고 번외로... 의외로 게임기나 게임이란건 10년정도 아이들이 막 다루는걸 어느정도는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하고 제작하고 판매하고 하기 때문에, 의외로 튼튼합니다 (아닌 게임기나 게임들도 있긴 한데, 일반인들이 살만한 메이저 게임기중에는 드묾. 전설의 레드링 터진 초기형 엑박 360정도?)
막 10년된 게임 산다고 저거 뭐야 되긴 하는거야 안하셔도 돼요 ㅇㅇ 50년된것도 잘 만져주면 돌아가는게 게임기입니다
3DS는 지금 레트로 기기들중 일반인의 유입이 가장 많고 거래도 활발한 기기다보니 더 이런말이 도는것 같아서 한번 적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