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V1에서 Z5II 기변 후기.webp
1. 입문 계기
본인은 두 달 좀 넘게 전, 여행 가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다가 디테일에 불만이 생겨 카메라를 알아보기 시작했음.
원하는 건 세 가지였음.
ㄱ. 스마트폰이랑 결과물 차이가 확실히 날 것.
ㄴ. 피사체와 배경이 분리될 것.
ㄷ. 디지털 줌 말고 실제 광학 줌으로 당겨 찍을 수 있을 것.
참고로 당시에는 심도라는 단어도 몰랐음. 뭐에 따라 배경이 날아가는지도 몰랐고, 지금도 자세히는 모름.
아무튼 이 조건들을 염두에 두고 알아보다가, 풀프+렌즈 값을 보는 순간 대가리가 봉합되고 만다.
내가 써본 카메라라고는 폴라로이드밖에 없어서, 해봐야 100~150이면 되겠거니 했거든.
그래서 결론을 바꿈.
‘좆밥 주제에 나대지 말고 일단 싼 걸로 시작하자.’
그렇게 똑딱이를 알아봤는데, 이쪽도 종류가 존나 많고 가격도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음.
그렇다고 너무 싼 걸 사기는 싫었음. 나름대로 ‘한 대만 사고 더 사지 말자’는 생각은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느 정도 괜찮은 걸 사고 싶었거든.
그리고 내 예산 안에서 그 조건에 들어온 것이, ‘카메라의 왕’이라고 불리는 V1이었던 것이다…….
2. V1 후기
처음 받아서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써본 감상은, 생각보다 상당히 괜찮다는 것이었음.
갤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은 많지만, 적어도 내가 쓰던 스마트폰 따위가 개길 입장은 아니라는 게 내 판단이었음.
스마트폰에 부가적으로 달린 기능이 아니라 그 자체로 카메라다 보니, 촬영하면서 만질 수 있는 것도 많고 결과물도 꽤 만족스러웠음.
콤팩트치고 뚱뚱하다는 평도 있던데, 내 기준에는 항상 메고 다니는 슬링백에 넣기 딱 좋았음. 무게도 부담 없었고.
결국 실제로 쓰는 내가 폰보다 낫다고 느끼니까, 잘 들고 다니면서 만족스럽게 썼음.
문제는 환산 16–50mm 화각이었음.
나는 광각보다 가급적 당겨서 찍는 쪽을 좋아하는데, 50mm에서 끝나니까 영 아쉬웠음. 기변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이거라고 생각함.
근데 입문 전에 내가 16–50이라는 숫자를 보고 그걸 알았겠냐고.
써보고 나서야 ‘아, 나는 더 당기고 싶은 거구나’를 알게 된 거임.
여기에 욕심까지 붙으면서, 배경과 피사체도 더 확실하게 분리하고 싶어짐.
물론 V1으로 불가능한 건 아님.
근데 내 입장에서는 그게 ‘고수’의 영역처럼 느껴졌고, 원하는 느낌을 내려고 기를 쓰는 게 영 쉽지 않았음.
생활환경도 한몫했음.
나는 소위 자동차 없으면 꼬운 중소도시에 살고 있음.
여기서 하려는 말은 내가 자동차가 없어서 꼽다는 게 아니라, 밤이 되면 동네가 존나 어두워진다는 것임.
어차피 걸어 다니는 새끼도 별로 없으니 가로등도 적고, 빌딩숲도 없음.
그런데 나는 낮에 출근해서 밤 10시 이후에 퇴근함.
자유시간은 대부분 밤인데, 그 시간에 동네는 어두운 것임.
그러다 보니 어두운 데서 찍을 때도 아쉬움이 생겼고, 작은 센서의 한계인가 싶었음. 사실 원리는 자세히 모르긴 함.
아무튼 불만이 하나씩 쌓이기 시작하자, ‘이거 한 대 사고 끝내자구’라는 결심은 이미 산산조각난 뒤였음.
여기서 일단 V1 작례 몇 가지 풀어봄.
난생처음 카메라 써본 허접좆밥새끼 사진이라는 걸 감안해서, ‘좆같이 못 찍었네ㅋ’보다는 노력 중인 애기를 보듯이 봐주길 바람.









3. 기변을 마음먹음
한번 붙은 기변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음.
‘중복투자하지 말자구’라고 결심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카메라를 알아보게 된 셈임.
이번에는 엄지를 혀에 대고 약지를 이마에 대어 앰창을 깐 상태로, 두 번 다시 중복투자하지 않을 것을 맹세했음.
어떤 바디와 렌즈를 사야 할지 알아보느라 유튜브에서 카메라 영상만 잔뜩 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알고리즘도 카메라로 도배되기 시작함.
그러다가 쇼츠에서 어떤 새끼가 POV로 사진 찍는 걸 봤음.
음, ‘핫셀블라드’?
이 듣보 브랜드는 뭐지?
소니도 아니고 캐논도 아니고 니콘도 아니고…….
어디 짜장새끼들 브랜든가? ㅋㅋ 어디 영상 함 볼까?
그리고 영상을 본 순간, 나는 카메라의 신을 보았음.
이런 갓-바디가 있을 줄이야?
더 이상 중복투자하지 않기로 했으니 이걸로 ㄱㄱ하고 종결친다.
가격을 본 뒤에는 방금의 마음가짐을 철회하고 다른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음.
그렇게 현실적으로 눈에 들어온 게 Z50II와 A6700이었음.
둘 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들더라.
크롭이든 풀프든 써본 적도 없는 주제에,
‘이거 사면 나중에 풀프병 걸리는 거 아닌가?’
그럼 또 중복투자임.
그래서 가지고 있던 물건 몇 가지를 팔아 자금을 더 마련했고, 최종적으로 A7C2와 Z5II 사이에서 고민하게 됨.
왜 캐논은 뺐냐고 묻는다면, V1을 써봤으니 이번에는 다른 회사 걸 써보고 싶었음
나는 원래 스마트폰도 갤럭시와 애플을 번갈아 구입하는 성향임.
콜라마저 펩시와 코카콜라를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마신다…….
아무튼 갤에서 다중분신술까지 써가며(ㅈㅅ) 두 바디 중 뭐가 나은지 여러 번 물어봤음.
내가 받은 추천은 대충 Z5II 70%, A7C2 30% 정도였고, 답변을 종합하면 이랬음.
Z5II는 더 성능픽인데 크고 무겁다.
A7C2는 가볍고 렌즈 생태계가 좋은데 액정이랑 뷰파가 쓰레기다.
문제는 조언을 아무리 받아도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이었음.
무겁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 건지, 액정이 구리다는 게 얼마나 구린 건지 알아야 고르지.
그래서 집 근처 매장에 가서 둘 다 만져봤음.
솔직히 이때까지는 A7C2 쪽으로 마음이 꽤 기울어 있었음.
먼저 A7C2를 들어보니 확실히 가볍더라.
디자인도 각지고 마감도 좋아서 뭔가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있었음.
그립은 좀 불편했는데, 이 정도 크기와 무게라면 감수할 만하지 않은가?
액정도 뭐가 나쁜지 잘 모르겠고, 뷰파도 눈깔을 들이밀어 보니 조금 작긴 한데 나름 괜찮았음.
역시 A7C2가 답인가?
다음으로 Z5II를 들어봤음.
묵직한 게 바로 느껴졌는데, 동시에 손에 잡히는 안정감도 좋았음.
디자인은 아칠씨투만큼 내 취향은 아니지만, 뭔가 카메라답게 생겨서 괜찮았음.
다만 렌즈까지 달면 평소 쓰던 슬링백에는 절대 안 들어가겠더라.
그래도 액정 크고 시원시원하고, 화질도 좋군ㅎ
뷰파도 괜찮은데? 코가 액정에 닿긴 하지만…….
근데 뭐 이런 좆만한 디스플레이가 별 차이 있나?
A7C2도 별로 안 다른 것 같은데?
그래서 다시 A7C2를 들었음.
액정을 보고, 뷰파에 눈깔을 대는 순간.
눈깔이 썩어들어감을 느끼며, 마음속에서 A7C2라는 네 글자가 순식간에 사라졌음.
더 이상 고민하는 게 의미 없음을 깨닫고, 집에 와서 인터넷 최저가로 Z5II 렌즈킷을 주문하기에 이른다…….
4. Z5II 후기
이번에는 중복투자 방지를 위해 처음 주문할 때 배터리, 충전기, 스트랩, 백팩, 아무튼 뭔가 필요 없어 보이는 것까지 모조리 다 샀음.
받은 지 얼마 안 됐고 회사도 가야 해서 아직 많이 찍지는 못했음.
기능 공부할 시간도 없었으니, 일단 잠깐 써보면서 느낀 것만 말해봄.
우선 들고 다니면서 사진 찍는 방식이 상당히 바뀌었음.
V1은 슬링백에 지갑, 열쇠, 잡다한 거랑 같이 넣고 다니다가, 뭐 보이면 구라 안 치고 3초 안에 꺼내서 팍 찍고 넣을 수 있었음.
특히 신호대기하다가 갑자기 찍고 싶은 게 보일 때 너무나도 편했음.
그런데 이제는 백팩으로 바뀌었고, 꺼내는 것부터 조금 더 번거로워짐.
뭔가 각 잡고 찍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있음.
이 편안함은 확실히 아쉬움.
반면 결과물에서는 ‘오……?’ 하는 순간이 꽤 있었음.
V1을 쓸 때는 셔속, 조리개, ISO를 어떻게 해야 좀 더 예쁘게 나올지, 16–50 화각 안에서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계속 고민했거든.
그런데 Z5II는 나 같은 입문자 눈에는 대충 Auto로 찍어도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임.
내가 딱히 뭘 세팅하지도 않았는데, 일반인인 내가 만족할 만한 사진이 나와버림.
이게 참 좋으면서도 조금 묘했음.
고민의 방향이 ‘어떻게 찍을까?’에서 ‘뭘 찍지?’로 바뀐 느낌이었거든.
V1을 들고 이 좆시골의 몇 없는 찍을 만한 것들을 어떻게 세팅해서 찍을지 궁리하는 과정도 나름 재미있었기 때문임…….
뭐, 아직 풀프에 처음 들어왔을 뿐이고 기능조차 숙지가 안 된 상태라 그런 걸 수도 있음.
이제부터 공부하면서 찍다 보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겠지.
일단 입문자 입장에서는 뭘 찍어도 꽤 재미있음.
마지막으로 제품 테스트한다고 잠깐 돌아다니면서 찍은 Z5II 사진 몇 가지 올려봄.
귀엽게 봐주셈…….
[Z5II 작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