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쓰고 양손에 조이스틱... 아바타로 싸우는 태권도

34
6

분명 격투(格鬪) 종목인데 맞붙은 두 선수는 멀찍이 떨어진 채 허공을 향해 쉴 새 없이 발차기를 날린다. 눈앞에 상대가 없는데도 연신 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한다. 직접 주먹이나 발을 맞대지 않고도 상대의 체력을 빼앗고, 때로는 기절하게 만든다. 이번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신종 태권도, ‘버추얼 태권도(Virtual Taekwondo)’다.

버추얼 태권도는 현실의 신체 활동과 가상 현실(VR)을 결합한 ‘피지털(육체+디지털) 스포츠’의 일종이다. 선수들이 태권도 동작을 취하면 VR 속 아바타가 이를 그대로 재현해 상대와 겨룬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대형 물안경처럼 생긴 VR 헤드셋을 쓰고 몸 다섯 군데에 동작 감지 센서를 부착한다. 양손에는 조이스틱도 쥔다.

경기는 라운드당 60초씩, 3판 2선승제로 진행된다. 비디오 격투 게임 ‘철권’처럼 상대의 HP(아바타 체력 수치)를 모두 소진시키거나 제한 시간 안에 자신의 HP를 더 많이 남기면 승리한다. 머리를 공격하면 몸통을 때릴 때보다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공격을 연속으로 성공하면 상대 아바타를 3초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스턴(기절)’ 효과도 발동한다.

버추얼 태권도의 가장 큰 특징은 성별과 체급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실제 선수 대신 아바타가 싸우기 때문에 신체 조건의 차이가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체급 구분 없이 남녀가 함께 겨루는 혼성전으로 치러졌다.

태권도 국가대표 안향식은 이번 대회에 남자 겨루기 58㎏급과 함께 버추얼 태권도에도 도전장을 던졌으나 여자 선수에게 쓴맛을 봤다. 그는 2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베트남 여자 품새 선수 쩌우 응옥 뚜옛 상에게 라운드 스코어 1대2로 패했다. 오후에 열린 겨루기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겨루기 67㎏급에 출전한 곽민주도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품새 동메달리스트인 제우스 가브리엘 데릭 야페(필리핀)가 결승에서 쩌우를 꺾고 버추얼 태권도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그는 “훈련 때 여자 선수들에게 정말 많이 졌지만 놀림받은 적은 없다. 오늘처럼 체격이 작은 나도 큰 선수들을 이기고 우승할 수 있다”며 “버추얼 태권도는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실제 카자흐스탄 여자 49㎏급 리타 바키셰바는 16강전에서 요르단의 남자 80㎏급 모하마드 알라다르비를 2대0으로 완파하기도 했다. 바키셰바는 동메달을 땄다. 준우승자 쩌우는 “일반 태권도에 비해 더 적은 부담으로 재밌게 할 수 있어 게임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태권도계는 진입 장벽이 낮은 버추얼 태권도가 태권도의 저변을 넓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양진방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게임 요소를 도입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경기 규칙도 직관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자호구 도입 이후 발을 가볍게 갖다 대는 공격이 늘면서 ‘발 펜싱’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태권도가 버추얼 태권도를 앞세워 새로운 활로를 찾고, 올림픽 등 국제 종합대회에서도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선수들이 직접 몸을 맞대거나 상대를 타격하지 않는 경기를 과연 ‘무도(武道)’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의 재미를 앞세우다 자칫 전통 태권도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댓글6
다양한 시도는 좋지
별게 다나왔구만 ~
첨단 시대로 가는 마당에 ㅎㅎ
좋네
세상 좋다 ㅋㅋㅋ
세상 참 좋네 발전이 빠르다.

자유게시판

번호
썸네일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